나의 독후감

2021.2.10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지음) ★추천★

YoNa,K 2021. 2. 14. 11:25

 

고기로 태어나서

218쪽. 차별에 구체적인 형태를 제공하는 것은 혐오지만 그것에 끈질긴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사랑이다. 게다가 그런 사랑을 통해 얻은 이익을 거절하겠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의 원칙에 공감하지만 자신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명백한 경우엔 노골적으로 차별을 요구하기도 한다. 문제를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만드는 것도 이런 지점이다.

 사람들에게 그들의 혐오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입을 삐죽거리고 속으로 딴소리를 할지언정 고개를 끄덕이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그들의 사랑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감당할 수 없을만큼 거센 항의가 터져나온다. 뒤틀리고 날이 서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사랑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354쪽. 나는 골프장을 지날 때마다 알록달록한 골프복을 입은 사람들 대신에 그곳에서 가축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이 땅이 좁아서 유럽 국가들에서 그러는 것처럼 가축을 풀어놓고 기르는 방식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을 짓는다며 산을 깍고 땅을 파헤치는 걸 보고 있으면 그것도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연에게 가장 좋은 건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겠지만 만약 이용을 해야만 하겠다면 골프장 같은 시설보다 인간과 동물이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었다.

 

393쪽. "짖지 마! 짖지 말라고! 내가 너네한테 뭘 어쨌다고 짓는 거야?! 나는 전태일이 누군지도 알고 촘스키가 어느 대학 교수인지도 아는 사람이야! 나는 저 사람들이랑 다르다고. 나는 너희를 도와주러 온 사람이란 말이야!" (생략) "아, 개장 소독하라고 했더니 이게 뭐하는 거야?!" 봉휘 아저씨였다. "이거 독한 거라고! 개한테 쏘지 말라고 하는 거 못 들었어? 이 벽이랑 똥 쌓인 데 쏘라고. 내가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거 못 들었어?"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이거는 내가 수리얀 불러와서 할 테니까 한 씨는 가봐. 개가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그러면 안 되지. 아, 가! 가라고!"

 

436쪽. 자신의 죽음을 방관하는 동물도 없고 손쉽고 간편한 죽음 같은 것도 없다. 동물을 죽이려면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하는 그들의 품속에서 목숨이라는 것을 폭력을 써서 빼앗아야 한다. 내가 금산의 양계장에서 본 것처럼 비참한 삶을 사는 동물일지라도 자신의 생명이 멈추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미친 듯이 저항할 것이다. 바로 그 비참한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동물이 품고 있는 생명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동물의 목숨을 빼앗을 때에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도태시켰던 모든 돼지들의 죽음 뒤에는 살이 빨리 찌지 않는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만이 존재했다.

 

442쪽. 시작은 어떤 우월감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개들을 그렇게 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사장을 보면서 나 자신을 윤리적으로 그리고 문학적으로 대단히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농장 전체에 증거가 산적해 있었기 때문에 생각을 바꿀 이유도 없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식탁 위에 오르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남길때의 죄책감이 함께 자랐다

건강 문제로 인하여 육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만 아니었어도 비건이 될 수 있을거 같았다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이 복잡해 버벅이느라 감상을 제대로 쓰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