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후감

2021.1.17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YoNa,K 2021. 1. 17. 22:16

도서관에 갔다가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빌린 후,

1권이 비어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을 찾으러 가는 길에 보게 된 너무 멋진 제목

제목이 너무 멋져 읽기 시작했고

제목만큼이나 글도 근사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떠나보내야하는 세월을 보낸 희재. 아니, 카밀라

 

 

11쪽.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 늘 거기 남아 있는 걸듯, 어쩌면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여전히 지구에 남아 있을 그런 것들에 나는 위안을 얻었다.

->나 또한 그런 것들에 위안을 얻는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이름. 함께 먹었던 음식. 다 같이 즐거웠던 그 때. 놀러갔던 곳, 거리. 시골집. 시시껄렁한 농담들마저.. 이 모든 것들을 단물이 날 때까지 곱씹는 중이다.

 

24쪽. 그에게는 현재의 삶, 지금 살아가는 삶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그런 것들이 꽤 부러웠다. 내게는 과거의 삶이 여전히 중요했으니까.

 

24쪽. 그는 내게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 말들은 모두 거짓말처럼 들렸는데도 나는 기뻤다. 그는 내 귀에다가 대고 나를 만난 뒤 새로 쓴 시들을 들려주곤 했다. 그럴 때면 폐 안의 공기가 유이치의 목젖을 울려서 음파를 발생시키는 장면을, 그리고 그 음파가 내 귀에 들어가 고막을 흔드는 장면을 상상했다.

 지극히 단순한 그 과정이 지난 21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고통과 고독과 절망과 분노를 말끔히 치유했다. 넌 대단해. 넌 멋져. 넌 아름다워. 넌 소중해. 난 네가 너무나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세상 전부와도 바꿀 수 없어. 평생 너만을 사랑할 거야. 난 너의 모든 걸 다 가지고 싶어. 말들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있을 줄이야. 그 달콤함 때문에 내 몸이 촛농처럼 녹아버릴 줄이야. 나란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마치 죽음처럼. 그런데 그 일이 나를 살렸다.

-> 사랑이 가득한 달콤한 말들은 고통과 고독과 절망과 분노를 죽였고, 카밀라를 살렸다. 말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기 때문에 이 구절에서 정말 통감했다.

 

79쪽.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우화 속 솜을 수레에 싣고 가던 당나귀처럼 시련의 강물에 한 번 푹 빠졌고, 그 뒤로는 줄곳 물먹은 솜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자갈길을 걸어가는 형국의 삶이 이어졌습니다.

 

228쪽.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나이가 더 많아졌지. 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나는 어린 엄마를 꽉 안았어요."

->가슴이 찢어질거 같은 글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반전?을 느껴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다

표지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완벽하게 느껴진다

근데 이렇게 책 구절을 써놔도 되는것인가.. 혹시 문제가 된다면 누가 좀 알려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