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쪽. '다시는 저렇게 살 수 없겠구나.' 내가 여기까지 타고 왔던 기차가 나를 내려놓고 저만치 떠나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 낯선 역에 앉아 있었고 떠나는 기차의 뒷모습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내가 그것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 타고 있었을 땐 내가 무엇을 타고 있었는지 몰랐던 그 기차가, 말하자면 청춘이었을 거다. 26쪽. 사람들은 차별받은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을 같은 존재라고 여기거나 차별 받았으므로 저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쉽게 연결 지었다. 하지만 나는 차별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별 받으면 주눅 들고 고통받으면 숨죽여야 한다.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